한국수필이 문학장에서 태어난 과거를 살피고 현재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생각해보고 미래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한 본격 한국수필 연구서이다. 1930년대부터 해방기까지 한국문학사에서 남다른 문학적 성취를 이룬 문인의 단행본 수필집의 초간본을 텍스트로 삼고 있으며, 한국문학사 연구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납.월북 문인들의 수필들에 대한 중요성과 의의를 재조명하고 있다.
책머리에
제1부 | 총론
제1장_한국 수필문학의 현황과 문제점
제2장_비허구산문, 범칭 수필의 장르적 성격
제2부 | 대표 수필가와 수필집
제3장_한국 근대수필과 이은상-<탐라기행한라산>, <노방초>, <야화집>의 비허구산문의 특성 고찰
제4장_혼돈의 해방공간을 헤집고 나오는 생명 예찬-김진섭론
제5장_한 유미주의자의 연둣빛 생리-이양하론
제6장_해방과 건국의 간극, 인천에 떠오른 생명파의 서정-김동석 수필집 <해변의 시>와 문예지 <상아탑>을 중심으로
제7장_글과 술의 반생, 그 천의무봉한 문장의 성채-양주동의 <문․주반생기>
제8장_일탈-변영로 수필집 <명정사십년>과 <수주수상록>의 문학적 성취고찰
제3부 | 납․월북 수필가
제9장_최초의 근대수필 앤솔로지 <수필기행집>
제10장_이념 대립기 한 지식인의 내면풍경 <다여집>-박승극론
제11장_서정수필과 서정시의 문학적 영역-신선문학전집 <조선문학독본>의 수필의 ‘독본’ 문제
제12장_기행 <반도산하>의 장소표상의 의미와 문학사적 자리
제13장_문예론수필과 고완이란 이름의 과거회귀-이태준의 수필집 <무서록>에 나타나는 세 특징
제14장_인민공화국으로 간 이데올로그들의 서정백서-3인 수필집 <토끼와 시계와 회심곡>론
제15장_인연을 따라 구업을 버리고, 운명에 따라 새 일을 한다-해방공간과 춘원수필집 <돌벼개>
제16장_시인의 조국, 현해탄 횡단의 사상-정지용의 <문학독본> 소재 교토 배경 수필을 중심으로
제17장_외연에서 파고드는 적멸의 서정세계-김기림 수필집 <바다와 육체>의 작가의식과 글쓰기 형식
제18장_기행수필과 서사적 교술-<고투 사십년>과 <최근세계일주기>를 중심으로
제19장_여기로서 글쓰기, <근원수필>의 몇 가지 문학적 성취
보론_재만조선인 수필집 <만주조선문예선>의 수필문학의 자리
참고문헌
찾아보기
한국수필의 정전을 찾아서
바야흐로 ‘수필’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 지금, 한국 수필은 정전을 필요로 한다. 한국 문인협회에 ‘수필가’로 등록된 문인만 수천 명, 일주일에도 수십 권의 수필집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건만 우리 문학계에 ‘수필’을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한국수필의 크고 두터운 맥을 찾아 나선다. 이은상, 김진섭, 이양하, 김동석, 양주동부터 김기림, 정지용, 이태준과 이광수까지 한국 근대수필을 형성해 온 문인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정전 탐색은 예외적인 동시에 선구적이고, 반시대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성을 개척하려는 노력이다. 대중성을 지니면서도 그와 대결하는, 그래서 영원한 현재성을 추구한다.
한국수필이 품은 깊고 다양한 갈래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 문학사에서 그림자에 가려졌던 월납북 문인들의 중요성과 의의를 재조명했다는 점에 있다.
문예지 <상아탑>을 발행하면서 한국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김동석, 한국 근현대문학 최초의 단행본 개인 수필집인 박승극의 <다여집>, 이태준의 단문短文의 미문체, 여러 사람의 글을 모아 당대의 문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필기행집>과 <조선문학독본>의 내력과 의의를 상세히 소개하여 한국수필의 구석구석을 밝히고자 했다.
친일파 소설가로 악명이 높은 이광수의 <돌벼개>는 해방공간의 자연인 이광수의 고뇌가 진솔하게 드러나는 수필집으로 자신의 그릇된 과거 행위를 종교적 차원에서 참회하는 고통의 고백이다. 이것은 수필이 비非허구산문의 자성적 글쓰기라 할 때 갖는 의미를 음미하게 한다. 그리고 2007년부터 ‘춘원연구학회’가 발족하여 2017년 3월 제13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동향과도 관련된다. 이런 사실은 그가 많은 문제작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친일의 죄로 죽어서도 죗값을 치르는, 인간 이광수와는 달리 문인 이광수의 작품을 통해 그를 재조명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는 뜻이다. 이런 점이 수필에서도 발견되기에, 또 그가 납치 도중 비명에 간 문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이광수를 납․월북 작가와 함께 묶어 소개했다.
김동환이 엮은 <반도산하>는 조선의 명승고적 기행을 통한 장소애가 우리의 가슴을 달구는 수필집으로 독해된다. 정지용의 <문학독본>에 수록된 아름다운 수필들에는 그가 일본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뒤에는 일본어에서 몸을 홱 돌리고 다시는 일본어 시를 쓰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 수필의 대부인 김진섭과 이양하, 위트와 해학으로써 삶의 고통을 이겨낸 양주동과 변영로 역시 주목하여 논하였다.
평론가이자 시인인 김기림의 또한 아름답고 인간미가 넘치는 수필 역시 자세히 논설하였다. 수필이자 동시에 시라고 할 수 있는 「길」, 거의 절필 상태에서 고향 근처를 기행하며 쓴 「관북기행」 등 어머니 냄새, 누이 냄새가 나는 그의 수필이 보여주는 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한국수필을 풍부하게 꾸려온 다양한 문인과 문집을 통해 한국수필의 ‘정전’을 그려낸다.
오양호
경북 칠곡 출생. 경북고, 경북대 졸업, 1981년 영남대 대학원에서 조동일 교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에서 평론 추천을 완료했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인천대 교수, 일한교류기금지원으로 교토(京都)대학에서 외국인학자 초빙교수로 연구하고 강의했으며 2020년 현재 인천대 명예교수이다. 2002년 대산문화재단 지원금으로 정지용 시를 공역하여 도쿄에서 <鄭芝溶詩選>(花神社)을 출판했다. 옥천군과 함께 정지용시비를 도시샤(同志社)대학에 세웠고, 정년퇴임 후 北京의 중앙민족대, 長春의 길림대에서 일제 말 재만(在滿)조선인 문학을 강의했다.
저서로는 <농민소설론>, <한국문학과 간도>, <일제강점기 만주조선인문학연구>, <만주이민문학연구> 등이 있고, 지금은 한국연구재단 지원(2016∼2019)으로 1980년부터 시작한 1940년대 초기 재만조선인 문학 연구를 하고 있다. 평론집으로는 <낭만적 영혼의 귀환>, <한국 현대소설의 서사담론>, <신세대문학과 소설의 현장> 등이 있으며, 청마문학 연구상, 아르코문학상(평론), 심연수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