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오길영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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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08-30 | ||
ISBN | 979-11-5905-993-3 (93800) | ||
쪽수 | 380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29,000원 |
왜 인간은 끊임없이 세계를 닮아가려 하는가?
모방은 단지 예술의 기원일까, 아니면 생존을 위한 근원적 능력일까.
다시 제기되는 미메시스의 문제
이 책은 문학 연구의 오랜 핵심 개념이었던 ‘미메시스(mimesis)’를 오늘의 비평 환경 속에서 재고한다. 저자는 “무엇을, 어떻게, 왜 모방하는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미메시스가 단순한 재현 이론을 넘어 인간의 생존과 인식, 그리고 문학적 사유의 본질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한때 유행했다가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던 이 개념을 다시 호출함으로써, 본서는 현대 문학 이론의 새로운 문제의식을 구성하고자 한다.
미메시스 이론의 전개와 포스트미메시스론
이 책은 루카치의 리얼리즘론에서 출발하여 아도르노와 벤야민, 제임슨, 데리다, 드 만, 들뢰즈에 이르는 주요 이론가들의 논의를 심층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전통적 미메시스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포스트미메시스’의 사유 가능성이 주목된다. 저자는 들뢰즈의 ‘잠재성의 미메시스론’을 중심으로, 문학이 단순한 반영이나 모방을 넘어서 세계를 구성하는 힘과 정감을 포착하는 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학문적 궤적과 문제의식이 함께 드러나며, 미메시스론이 한국 문학비평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를 맥락적 독해와 비교이론적 검토를 통해 제안한다.
문학 연구의 전망과 의의
『문학, 앞서가는 시계』는 미메시스론을 재검토함으로써 한국 문학 연구와 세계 문학 이론의 접속을 시도한다. 문학을 ‘앞서가는 시계’로 규정하는 저자의 시각은, 문학이 단지 현실을 재현하는 매체가 아니라 존재와 세계의 잠재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구성하는 학문적 실천임을 드러낸다. 이 책은 문학 연구의 방법론적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오늘날 비평 담론의 정체성을 새롭게 모색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미메시스, 포스트미메시스, 그리고 인식적 지도 그리기
제1장 게오르크 루카치, 총체적 미메시스의 안과 밖
제2장 테오도르 아도르노, 미적 형식주의와 미메시스
제3장 발터 벤야민, 언어적 미메시스와 예술적 미메시스
제4장 자크 데리다와 폴 드 만, 미메시스와 해체론
제5장 프레드릭 제임슨, 맑스주의 해석학과 미메시스
보론_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제6장 질 들뢰즈, 미메시스 예술론에서 도주하기
보론_ 들뢰즈를 활용하기-유목주의와 자율주의 비판
나가며
작곡의 현실성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예술은 외부 현실과 미메시스적 관계가 있지만, 그것은 외부의 반영은 아니다. 예술가와 작품도 그들이 속한 현실의 미메시스다. 창조된 작품은 현실의 한 부분으로 새로운 현실을 구성한다. 작품-현실의 이분법은 기각된다. 작품의 현실성은 외부 현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작품의 가상적 현실은 현실의 잔상이다. 잔상이기에 예술적 가상은 현실의 본질이나 총체성을 구현할 수 없다. 루카치와 아도르노가 날카롭게 갈라지는 지점이 이곳이다. (96쪽)
번역가의 작업은 하나의 고정된 언어를 다른 고정된 언어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번역은 이사일 수 없다. 번역은 다양한 언어들을 순수 언어의 지평에서 통합하려는 동기와 관련된다. 순수 언어에 의지함으로써 번역의 자유는 새롭고 더 높은 권리를 보장받는다. 순수 언어를 위해 번역의 자유는 무엇보다 모어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모어에서 순수 언어가 낯선 곳으로 추방되지 않게 구하는 것, 다른 언어로 다시 씀으로써 원작에 사로잡힌 포로를 해방하는 것이 번역가의 과제다. 순수 언어에 도달하는 길은 단번에 주어지지 않는다. 언어는 불완전하고 파편적이다. (182쪽)
서사가 “상징의 층위에서는 세계를 감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캉에 기대어 설명하면, 상징계는 실재가 아니지만 실재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서사는 세계를 감추면서 세계를 안고 있다. 실재의 참을 수 없는 모순은 현실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서사라는 상징 행위를 매개로 상상적으로만 해결된다. 서사는 상징 행위이므로, 서사를 통해 분명히 무엇인가가 일어난다. 서사는 현실에 개입한다. 하지만 상징적 개입이기에 세계는 현실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로써 제임슨은 텍스트의 현실 관련성을 물질적 실천으로만 이해하는 전통적인 서사 이론과 결별한다. (257쪽)
지각 불가능한 것을 소-지각들로 가득 찬 세계와 연결하는 대목은 일견 모순되어 보인다. 지각 불가능하게 변해야 하는 대상은 주체, 나의 얼굴,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예상 등 이다. 이들을 버리거나 망각할 때 역설적으로 세분화되고 미분화된 감각들을 지각할 수 있다. 얼굴 있는 주체, 개인적이라고 자부하는 책략가가 아니라, 결합되는 것으로서의 감각을 느끼는 단순한 사람이 되어서 말이다. 이런 점에서 들뢰즈가 판단하기에 프랑스 작가들은 열등하다. (345쪽)
오길영 吳吉泳, Oh Gil-young
서울대와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영문학 박사를 받았다. 비평이론, 현대영미소설, 비교문학 등이 주요 연구 분야이다. 현재 충남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있으며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영화애호가이기도 하다. 저서로 평론집 『아름다움의 지성』(2020), 『힘의 포획』(2015), 산문집 『영화의 풍경, 세상의 풍경』(2025), 『아름다운 단단함』(2019), 연구서, 『세계문학공간의 조이스와 한국문학』(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