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병훈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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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08-15 | ||
ISBN | 979-11-5905-989-6 (93800) | ||
쪽수 | 424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31,000원 |
이 책은 문학과 의학의 관계, 의료문학의 정의와 필요성, 실제 사례들을 다룬 『문학과 의학의 접경』(소명출판, 2023)의 후속편으로 의료문학에 대한 심화된 연구 사례들을 담고 있다. 연구 대상은 저자의 연구 범위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문학과 한국문학에서 의료와 관련된 것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한정되어 있다. 의료문학 연구는 의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문학을 다시 읽는 것으로 기존의 문학연구에서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던 영역이다. 과학, 그중에서도 의학의 발전이 인류의 삶에 끼친 다양하고 심도 있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동안 의료문학 연구가 주목받지 못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 대한 질문을 통하여 의료문학 연구는 문학작품의 장르나 문체의 형성 과정을 해명할 중요한 퍼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첨단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의학을 포함해 과학과의 상호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문학연구를 하는 것은 연구의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주제와 14편의 학술적 성격의 글, 비평적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에 해당하는 제1부의 첫 두 편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분류한 6개의 주제는 연구방법, 문학사와 의학적 전통, 광기, 우울증, 질병과 죽음, 병원과 약으로서, 이 주제들이 연구의 초석이 된다. 이 주제들은 의료문학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접근하기 용이한 포괄성을 지니고 있으며 의료문학의 역사문화적 범위를 경계로 삼고 있다. 의료문학에 대한 연구 영역의 일반적 분류에 따르면 ‘의학 속의 문학’이 아니라 ‘문학 속의 의학’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저자의 글
제1부 의료문학 연구의 가능성과 미래
제1장 의료문학의 관점에서 본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제2장 포스트휴먼시대와 의료문학 연구의 가능성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에 대한 실험적 연구
제3장 새로운 가족의 탄생
-의료문학 비평의 다른 차원
제2부 문학사와 의학적 전통
제1장 러시아문학의 의학적 전통과 계승자들
제3부 문학과 광기의 역사
제1장 광기의 언어-가르쉰의 「붉은 꽃」을 중심으로
제2장 광기, 전복된 영혼의 세계-러시아 광기의 역사
제3장 감금과 통제-19세기 러시아 정신병원의 실체
제4부 멜랑콜리와 우울증
제1장 멜랑콜리와 토스카-러시아적 우울의 특수성에 대한 연구
제2장 러시아 멜랑콜리의 탄생-푸슈킨의 저작을 중심으로
제5부 질병과 죽음
제1장 삶과 죽음의 세 가지 유형-톨스토이의 「세 죽음」을 중심으로
제2장 결핵과 러시아문학-톨스토이 작품을 중심으로
제6부 병원과 약
제1장 ‘약’의 향연-채만식의 『탁류(濁流)』에 대한 의료문학적 연구
제2장 이광수의 『사랑』과 일제강점기 근대 병원의 역사적 기록
제3장 신경림 시에 나타난 술의 의미-술과 음주에 대한 의료문학적 연구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소설에서 칠흑 같은 어둠은 러시아 민중들의 무지몽매함을 상징한다. 제분소 주인은 의사가 처방해준 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자기 판단에 따라 약을 먹는다. 서른 살 먹은 붉은 얼굴의 젊은 여자는 의사가 처방해준 물 약을 동네 사람들에게 마시라고 나눠준다. 주인공인 젊은 의사는
이런 무지몽매함에 맞서 싸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상식 수준의 이성적 판단이다. 이건 곧 계몽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93쪽)
결혼을 목전에 둔 푸슈킨은 여러 가지 문제로 정신적 혼란을 겪으며 볼디노에 도착했고, 창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함과 동시에 돈을 구하고 있었다. 여기에 행복한 결혼에 대한 꿈은 끊임없이 시인을 번뇌에 빠지게 했다. 이 편지도 사실은 친구에게 돈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보인다. 푸슈킨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자신의 정신적 상태를 меланхолия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용어는 며칠 후에 다시 푸슈킨의 저작에 모습을 나타낸다. (220쪽)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여주인공 키치가 결핵을 앓는다. 그녀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브론스키와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마음을 빼앗겨 키치를 버린다. 키치는 큰 충격에 휩싸이고 급기야 병에 걸린다. 톨스토이는 키치가 결핵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설정한다. 「세 죽음」과는 달리 작가는 여기서 결핵의 원인에 대해 주목한다. 키치는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딸이다. 부유한 귀족생활을 영위하던 키치가 영양결핍, 불결한 위생, 과도한 노동에 노출되었을 리 없다. 그녀가 결핵을 앓는 이유는 남자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로 인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키치 스스로 이를 감추지 않는다. (269쪽)
한국 현대시에서 술은 중요한 소재였다. 그것은 시인들이 술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의 고단한 삶과 그로부터 벗어나고픈 열망이 반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술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형식과 의미로 시를 장식했다. 그것은 시인의 작품세계와 개성에 따라, 작품의 형식과 내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368쪽)
이병훈 李丙勳, Lee Byoung-hoon
고려대학교 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부교수이다. 전공은 19세기 러시아문학 비평사 및 비평이론이다. 연세의대에서 펠로우로 있으면서 2년간 문학 강의를 했고, 서울의대, 고려의대, 가톨릭의대, 인제의대 등에서 ‘문학과 의학’, ‘예술과 의학’ 등을 강의했다. 최근에는 문학과 의학의 학제간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2012), 『감염병과 인문학』(공저, 2014), 『문학과 의학의 접경-의료문학의 이론과 쟁점』(2023)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의사의 수기·모르핀』(2011), 『사고와 언어』(공역,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