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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문학과 대안근대성
저자 이종호 역자/편자
발행일 2025-06-30
ISBN 979-11-5905-977-3 (93810)
쪽수 493
판형 152*223 무선
가격 3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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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대안근대성을 사유한 작가

『염상섭 문학과 대안근대성』은 단순한 작가론을 넘어, 염상섭의 문학을 통해 한국문학이 품었던 근대에 대한 질문, 그리고 세계 문학의 경계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이론적으로 탐색한다.

‘대안근대성(altermodernity)’은 서구 중심의 발전 서사를 해체하고, 주변부 사회에서 나타나는 독자적 역사 인식과 문화 실천을 재구성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염상섭의 문학이 바로 이러한 ‘비주류 근대성’의 가능성을 실천해낸 귀중한 지식 자산임을 강조한다. 특히 3·1운동 이후의 사회적 변동 속에서 염상섭은 문학을 통해 민족주의와 계급운동, 제국과 식민 사이의 복합적 현실을 끊임없이 성찰했다.

이 책은 염상섭을 단지 ‘초기 근대 소설가’가 아닌, 시대와 사유를 가로지른 문학적 실천가로 재위치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 문학이 단순한 창작이나 미학적 대상이 아니라, 당대 현실에 참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유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문학연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문학의 사유를 복원하다

『염상섭 문학과 대안근대성』은 염상섭의 소설, 비평, 언론 활동 전반을 텍스트로 삼아, 그의 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염상섭 문학을 '횡단적 사유의 실천'으로 규정하며, 이를 통해 한국문학 내부의 경계들 — 예컨대 국문학과 서구문학, 사실주의와 이념문학, 식민과 탈식민 — 을 해체하는 문학적 장치를 추적한다.

‘횡단성(transversality)’은 염상섭이 단일한 문예 흐름이나 정치 이념에 귀속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반응한 문학적 태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염상섭의 글쓰기에는 당시 제국주의 질서와 민족 담론, 그리고 계급 운동 사이의 긴장이 반영되며, 이는 단일한 관점으로 수렴되지 않는 복잡한 층위의 근대 경험을 드러낸다.

 

책은 각 장마다 염상섭의 주요 작품과 논설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그가 드러낸 언어의 균열, 아이러니, 자기반성적 서사 등을 통해 어떻게 한국문학이 ‘탈경계 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 책은 문학이 단지 시대를 반영하는 수동적 매체가 아니라, 시대의 틀 자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이론적 실천의 장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책머리에

서장 염상섭과 한국문학

 

제1장 근대성의 지배적 사유 안에서의 ‘염상섭’

1. 식민지 조선이라는 조건에서의 ‘염상섭’ 

 근대문학장의 형성과 단편소설을 둘러싼 논의 

 ‘자연주의’적 이해와 카프문학의 규정 

 신문연재 장편소설과 대중성을 둘러싼 비판 

 문학사적 평가와 위상 부여 

2. 냉전체제의 성립과 염상섭의 폐색(閉塞) 

 1940년대의 공백과 재구성 

 ‘48년 체제’의 성립과 ‘중간파’라는 붉은 호명 

 동시대성의 상실이라는 문학사적 평가 

 근대적 후진성이라는 규정을 통한 통제와 배제 

3. 근대와 근대성을 둘러싼 염상섭의 명암(明暗) 

 근대의 기획과 완성-리얼리즘과 민족문학 

 근대성 연구와 포스트 담론에 기반을 둔 논의들 

 문화·제도 연구로의 확장과 정치성의 재발견 

 외부로부터의 시선과 사유-비교문학적 접근과 북한·일본·미국 등에서의 독법들 

 

제2장  3·1운동의 시간과 대안근대성의 형성 

1. 봉기와 민주주의의 시간 

 도래하는 3·1운동-한 ‘말년의 양식’ 

 혁명의 문법과 회귀하는 반복구(ritornello) 

 제헌권력과 민주주의로서의 3·1운동 

 문학과 사상의 지향으로서의 민주주의 

2. 오사카독립선언의 사상과 주체성 

 ‘염상섭 연구’와 오사카독립선언 

 오사카독립선언의 전모

 독립선언의 주체구성과 연대의 잠재력 

 개인과 집단의 네트워킹-조직화라는 예술적 기예 

3. 해방의 정치와 사랑의 윤리 

 해방론과 다이쇼 데모크라시-선언과 봉기 전야의 사상(1) 

 근대적 공사 분할을 초과하는 주체성-선언과 봉기 전야의 사상(2) 

 ‘노동자-되기’와 ‘이중해방론’의 함의 

 민중의 시대, 민중의 예술

 

제3장 식민지 조선의 근대성과 대안근대성 

1. 폐허의 시간과 생성의 시간 

 『폐허』-구성적 사유로 나아가는 부정의 사유 

 자연주의·아나키즘·노동운동의 연쇄 

 ‘생명의 약동’으로서의 주체성 생성-자아·연애·노동을 중심으로 

2. 식민지 조선이라는 조건과 노동의 방략

 자본주의 노동을 넘어서는 노동운동

 생명의 발로(發露)로서의 예술 = 노동 

 식민지 / 제국 사이에서의 본원적 축적과 민족-프롤레타리아 

3. 프로문학과의 논쟁과 대안근대성의 사유 전개 

 문화횡단된 복수의 사회주의와 염상섭의 위치 

 새로운 인간·삶의 발명으로서의 문학과 혁명, 계급과 민족 

 공통적인 것을 구성하는 장치-‘심퍼사이저’의 수용과 재구성

 

종장 염상섭 문학과 민주주의를 향한 횡보 

 

보론  3·1운동 이후, 염상섭의 미디어 활동과 운동의 방략 

1. 3·1운동 이후, 염상섭과 미디어 

2. 염상섭과 『신생활』 

 『신생활』 객원기자로서의 활동 

 염상섭에 대한 『신생활』 진영의 비판 

 『신생활』의 변화-대중의 동무에서 신흥계급의 전위로 

3. 염상섭과 『동명』 

 『동명』 창간 기자로 합류 

 『동명』에서의 글쓰기 활동 

4. 민족과 계급 사이에서 

5. 식민지에서 횡보하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조연현은 ‘ 한국문학가협회’ 결성을 앞둔 시점에서 근대문학과 현대문학의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 그의 문학적 지향을 드러낸다. 이광수 이래의 근대문학을 비판하고 김동리 이후의 현대문학을 긍정하면서, 그의 문학적 지향을 근대 비판과 그 초극에 두고 현대성 구현에 초점을 맞춘다. 조연현의 작업은 분단이 고착화되고 문인들 역시 분열된 상황에 서 세대론적 시대적 구획을 통해 문단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기도 했다.(76쪽)

 

3월 3일 고종의 요배식 이후, 염상섭의 움직임은 복잡 하게 전개된다. ‘오사카-교토-오사카-도쿄-기후-오사카’ 로 이어지는 동선이었 다. 마치 『만세전』의 이인화가 도쿄와 경성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 속 에서 여러 인물 군상들을 만나듯이, 염상섭도 또한 여러 인물을 만난다. 다만 이인화는 예견된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예정된 경로를 따라가면서 여러 인물과 수동적인 형태로 마주하게 되는 관찰자에 머물렀다면, 염상섭은 살아 있는 자들의 활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적극적인 행위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213쪽)

 

염상섭의 ‘심퍼사이저’라는 용어가 트로츠키의 ‘동반자작가’를 그 연원에 두고 있다면, 이 용어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발화되고 창안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 동반자 없는 사회주의자’는 존재할 수 있지만, ‘사회주의자 없는 동반자’는 그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식민지 조선에서 심퍼사이저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때마다, 그럼 ‘그 배후조종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항상 제기되기 마련이었을 것이다.(354쪽)

이종호 李鍾護, Yi Jong-ho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일제시대 아나키즘 문학 형성 연구-『근대사조』 『삼광』 『폐허』를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염상섭 문학의 대안근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대항미디어 운동’에 관한 연구 주제로 박사후국내연수를 수행했다. 현재 20세기 전반기 식민지라는 조건 속에서 다층적으로 전개되었던 노동을 둘러싼 문학적·문화적 재현 및 사상의 전유 양상을 고찰하는 연구를 수행하며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사후국내연수의 연구 주제를 발전시켜 1980년대 출판문화운동 및 문화제도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저로는 『3·1운동의 문학적 재인식』, 『자본의 코뮤니즘, 우리의 코뮤니즘-공통적인 것의 구성을 위한 에세이』 등이 있으며, 공역서로는 『갖지 못한 자들의 문학사-제국과 군중의 근대』, 『좌담회로 읽는 국민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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