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하마시타 다케시 | 역자/편자 | 임상민, 이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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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06-01 | ||
ISBN | 979-11-5905-490-7 (93910) | ||
쪽수 | 206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24,000원 |
상호 교섭적이며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하마시타 다케시
근대 이후 전쟁과 상흔으로 굴곡진 오키나와는 우리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이다. 그래서인지 오키나와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이러한 감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런데 조공무역체제를 주장해온 하마시타 다케시의 오키나와에 대한 연구는 여기서 비켜서 있다. 그는 오키나와 및 동아시아에 대해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을 기존의 국민국가 및 육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주변으로서의 오키나와가 아니라, 류큐왕국 당시의 중국 및 동아시아의 지역과 해역을 둘러싸고 형성된 광역 질서와 그 다이너미즘을 중심으로 사유하는 ‘방법론적 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근대 이후, 배타적인 국민국가의 획일적이고 균질화된 주권 아래로 포섭하려는 재해권의 사고가 작동하면서 지역 및 해역은 국가의 하위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고, 그 결과 이들 주변이 가지는 독자성과 이질성은 사유로부터 배제되었다. 오키나와 역시, 일본 편입(1879)과 미군 통치(1945), 그리고 일본 복귀(1972)와 같이 근대 이후의 일미 간의 관계성 속에서 수동적이고 닫힌 공간으로 기술되는 경우가 많은데, 근대 이전의 해역에 집중하면 오히려 기존의 육역 중심의 관점에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역동적인 해역 네트워크가 부상한다. 하마시타 다케시는 지금까지 육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고, 즉 중앙과 지방, 중심과 주변, 종주권과 주권, 남과 북, 개와 폐, 관과 민의 관계를 전복시켜 동아시아ㆍ동남아시아의 해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상호 교섭적이며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근대 이전의 해역 네트워크 및 류큐의 지정학적 위치
류큐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남중국해 동쪽의 도서부를 따라 필리핀에서 술루에 이르는 교역로와 서쪽 대륙부 연안을 따라서 태국, 말라카로 이어지는 교역로와 연결되어 있고, 이곳을 통해 동아시아ㆍ동남아시아의 중국인계 상인뿐만 아니라 인도 상인, 이슬람 상인, 나아가 유럽 상인도 참가하는 이른바 해역의 연쇄를 확인할 수 있다. 류큐는 명대에 이르기까지 대만과 연결되는 일련의 연쇄 도서로 인식되었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조공 시스템 속에서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후추와 소목을 동남아시아 교역을 통해 입수해서 전해 주는 중계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특히 하마시타 다케시는 15세기부터 기술되어 온 류큐왕조 400여 년에 걸친 외교문서 『역대보안』의 편집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류큐왕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조공관계 및 화이이념 하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를 이루는 광역지역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역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인적ㆍ물적 이동의 흔적을 언어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예를 들면 중국과의 조공관계는 정치적인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인적ㆍ물적 이동이 이루어졌고, 푸저우의 류큐관 및 류큐 구메무라의 ‘민인36성’, 그리고 동남아시아 항구도시에 다수 형성된 중국계 집단의 거류지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메이지 후반에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대 이전의 오래전부터 해역 네트워크를 따라 교역권과 이민권이 동시에 형성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고의 전환은 일본의 근대와 전후, 그리고 현대를 사유하는 다양한 힌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근대 이전의 외국과의 교역은 나가사키 한 곳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해역의 관점에 주목하면 나가사키 이외에도 홋카이도 마쓰마에번의 아이누와의 루트, 쓰시마를 통한 조선과 규슈의 중계 루트, 사쓰마에 의한 류큐를 사이에 둔 중국과의 루트 등, 에도막부는 쇄국 하의 대외교역 개항지인 나가사키를 포함해서 총 네 곳의 창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근대 이전의 해역 네트워크 및 류큐의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하면, 미국이 일본의 개국을 위해 류큐 왕국과 사전에 접촉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즉 동아시아ㆍ동남아시아 해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조공체제 속에 있었던 류큐, 사쓰마 또는 에도막부 하에 있었던 류큐는 중국과 일본을 연결해 주는 중계지로 인식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류큐ㆍ오키나와’의 관점을 다방면으로 제시하다
하마시타 다케시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류큐ㆍ오키나와’를 병기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역사적으로 해역의 관점에서 바라본 류큐 지역이 가지는 동아시아 역내 시스템의 다층적인 질서 관계 및 교섭 관계를 새롭게 상기함으로써, 중앙과 지방이 아닌 지구화와 지역화의 관계성 속에서 오키나와의 또 다른 다원성과 다양성, 그리고 포섭성을 가진 개방적인 다문화 시스템의 사유 가능성을 우리들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간사
들어가며 류큐․오키나와의 지정학적 위치
류큐와 바다의 아이덴티티
오키나와의 위치
육지의 오키나와, 바다의 오키나와
제1장 오키나와 연구의 5세대․150년-오키나와를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
이하 후유伊波普猷와 국학 속의 오키나와
류큐왕조의 아이덴티티
야마토에서 바라본 오키나와론
류큐․오키나와에서 바라본 일본론․남양론
페리의 류큐 개항
오키나와 지역론
오키나와로부터의 메시지-‘경제발전’, ‘소비사회’에 대한 경고
오키나와 문화의 ‘지知’의 체계
류큐왕조 『역대보안歷代寶案』의 세계
명․청 조정에 대한 일본 정보
생사 무역과 일본의 공업화
제2장 류큐․오키나와를 둘러싼 아시아 해역
오키나와에서 바라본 아시아론
아시아의 해역-바다와 국가
해역의 성립과 남서제도의 입체 구조
아시아의 해양 패권
류큐․오키나와에서 바라본 동남아시아
해역이라는 정치 공간
지역의 다이너미즘
제3장 동아시아 조공 시스템과 류큐
동아시아사를 통해 본 화이질서
해역 사회의 결속-조공․교역․이민․해신
조공 무역과 류큐 네트워크
동아시아사를 통해 본 화이관
화이이념과 위계제도
화이질서의 교섭 방식
화이변태․동아시아사의 다이너미즘
이시가키지마의 화이질서와 네트워크
광역 산업 네트워크-광둥 13공행
광둥무역-아시아 역내 무역에 침투한 서양
표류에서 이민으로
청조 조공정책의 전환
아편전쟁의 재검토
주변지역의 정치적 변동
메이지 천황에 의한 류큐 책봉
제4장 새로운 아시아자료학을 목표로
종합자료로서의 『역대보안』-류큐왕국의 외교문서집
사본으로서의 『역대보안』
류큐왕국의 외교
류큐와 마닐라의 교역
사람의 이동과 동아시아 이민권의 형성
아시아․동남아시아 영역내 네트워크의 활성화
류큐의 역할
일본을 향한 ‘사람’의 이동-나가사키 내항 ‘당선唐船’
조선으로부터의 표류민
마조 신앙권과 ‘사람’의 이동
동아시아 지역으로의 새로운 관점
제5장 국가를 뛰어넘는 류큐․오키나와 모델
오키나와 연구의 시점
국민국가와 광역지역-국민국가의 역사성․국가를 뛰어넘는 광역지역의 시점
지구화와 지방화 속의 오키나와 연구-경제발전 모델과 지역관계 모델
류큐․오키나와 연구의 역사적 배경
이민 네트워크
오키나와 이민의 지역적 특색
네트워크의 여러 문제-교섭과정을 통해 본 네트워크
이민 송금 네트워크
오키나와로의 이민 송금
오키나와의 지정학적 아이덴티티
오키나와의 해양력Sea Power
오키나와의 전후 체험과 기억
나오며
류큐․오키나와의 역사 자원과 정보 자원
오키나와학과 오키나와론
아시아 속의 오키나와․현대 세계 속의 오키나와
류큐사 연표
류큐․오키나와연구 주제별 문헌 목록
역자후기
국가가 영역 국가로서 기능하고 국경에 따라 스스로를 타국과 구별하며 더 나아가 국가를 바다까지 확대하면서 200해리 경계와 남사군도南沙群島를 둘러싼 분쟁 같은 것을 발생시켰다. 국가를 유일한 속성으로 해서 모든 것이 최우선적으로 국가에 귀속되어 있었던 시대에는, 이와 같은 국가에 의한 배타적인 영토 보유와 국경에 의한 분할은 교섭과 충돌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국가 그 자체도 실제로는 지역 통치의 역사적 형태의 하나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리고 지역이 다층적ㆍ다원적인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지역화하는 현대에는 지금까지보다 다양한 지역 구상이 가능할 것이다. (51쪽)
조공체제 하에서는 조공 사절이나 책봉 사절의 왕래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었지만, 그에 수반된 많은 반공식ㆍ비공식 교역이 이루어졌다. 특히, 표류라는 명목을 통해서 무역을 추진했고, 표류민 송환체제를 통해 출발지로 귀환시키는 방법은 조공체제에 수반되어 그것을 비공식적으로 지탱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화이질서의 이념에 따라 유지되어 왔지만, 19세기에 그것을 변경하려 한 몇몇 시도와 사태가 발생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1882년의 중조육로통상장정 속의 송환 비용의 자국 부담 항목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지금까지의 송환 측 부담에서 자국 부담으로 변경되었다. 물론 조공국 측은 이것을 불만으로 여겼지만, 청조로서는 변경할 수밖에 없는 재정 사정이 있었다. (110쪽)
오키나와현의 1933년도 송금방법별ㆍ송금인원ㆍ송금액 등을 살펴보면, 송금방법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 것은 외국 우편 환전이며, 이어서 일본은행 환전, 외국은행 환전이 뒤를 따른다. 이처럼 은행 환전의 이용자도 비교적 많다고 할 수 있다. 송금액 면에서 가장 많은 것은 귀국자가 휴대한 것으로 90만여 엔이며, 1인당 평균 982엔 57전으로 집계되고 있다. 참고로, 외국 우편 환전에 의한 것이 41만여 엔으로, 이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88엔 65전이 된다. 아래와 같이 1인 평균을 환산하면, 외국은행 환전이 97엔 87전, 일본은행 환전이 99엔 02전, 귀국자에 탁송하는 경우는 113엔 59전, 그 외가 157엔 58전으로 합계 1인 평균 173엔 23전이 된다. (169쪽)
저자
하마시타 다케시(浜下武志, Hamashita Takeshi)
1943년 출생. 도쿄대학 문학부 졸업 후,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도쿄대학 동양문 화연구소 교수, 교토대학 동남아시아 연구센터 교수, 류코쿠대학 교수, 중국 중산(中山)대학 아태연구원 원장 등을 거쳐, 현재 시즈오카 현립대학 글로벌지역센터 센터장, 도쿄대학 명예교수. 그 밖에 홍콩중문대학, 싱가폴국립대학, 서울대학교 등에서도 강의하였다. 중국사회경제사학계의 세계적 학자로, 연구 분야는 중국 사회경제사, 동아시아경제사, 동아시아 화교사, 오키나와 역사를 아우른다. 대표작으로 본서 외에 『조공시스템과 근대 아시아』, 『홍콩-아시아의 네트워크 도시』, 『화교·화인과 중화망-이민·교역·송금네트워크의 구조와 전개』 등이 있다.
역자
임상민(林相珉, Lim Sang-Min)
1976년 출생. 한남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 후 일본 규슈대학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논저로는 『전후 재일조선인 마이너리티 미디어 해제 및 기사명 색인』(1~3권, 박문사, 2020, 공저), 『전후 고도경제성장과 재일조선인 서사』(신아사, 2018), 『동북아 해역의 서적 유통 연구』(일본근대학연구, 2018), 『일본 제국 지역신문의 조선 ‘지역판’ 연구』(일본근대학연구, 2016) 등이 있다. 현재 동의대학교 일본어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이상원(李尚原, Lee Sang-Won)
1976년 출생, 일본 나가사키국제대학 국제관광학과를 졸업 후 부경대학교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논문으로는 「일본어동사의 재귀성에 관한 고찰」(2009), 「「再帰構文」の態構文における動作主体の機能」(2010), 「所有関係を表す「再帰構文」の一考察」(2011), 「所有関係を表す両構文の比較分析」(2012) 등이 있다. 현재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