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마타요시 에이키 | 역자/편자 | 곽형덕 역 |
|---|---|---|---|
| 발행일 | 2025-12-30 | ||
| ISBN | 979-11-7549-028-4 (03830) | ||
| 쪽수 | 457 | ||
| 판형 | 152*223 무선 | ||
| 가격 | 23,000원 | ||
미군기지와 오키나와를 다룬 소설을 수십 년 동안 쓴 작가
한국문학에 ‘기지촌문학’이 있는 것처럼, 오키나와문학에도 미군기지와 주민의 관련을 다룬 문학이 존재한다. 마타요시 에이키는 1975년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오키나와 내의 미군기지와 주민의 관련 양상을 ‘소년’과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려낸 희유한 작가다. 세계문학사를 보더라도 이토록 군사기지와 주민의 관련 양상을 이토록 방대하게 또한 오랜 기간 써온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히 한국 ‘기지촌문학’의 성과와 한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오키나와 ‘기지촌문학’이라 할 만 하다. 마타요시는 자신의 고향인 오키나와 우라소에를 중심으로 반경 2km 안에 있는 토착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의 충돌과 교섭을 단순히 가해와 피해의 시점이 아니라, 상호 교섭과 파탄 그리고 이해라는 관점에서 그려냈다.
마타요시 문학의 원풍경-교섭과 파탄의 저편
마타요시 문학에 나타난 원풍경은 오키나와의 토착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군기지에 둘러싸여 있는 유민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광대한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과 교섭하며 일상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마타요시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원풍경’은 단순히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전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와 끊임없이 대립하면서도 공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그려낸 오키나와의 원풍경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단순한 향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타요시가 묘사하는 바다, 우라소에구스크(류큐의 성터와 무덤), 투우장, 가미지(거북바위) 등은 모두 미군기지 및 시설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공간들이다. 따라서 초기 마타요시 문학에서의 원풍경은 오키나와인과 미군 사이의 교섭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오키나와 소년들의 위험천만한 ‘보물섬’=‘미군기지’
한국 ‘기지촌문학’에 등장하는 미군은 지역 경제에 달러를 뿌리는 존재보다는 민족의 ‘딸’들을 억압하고 폭행하는 악행자의 면모가 훨씬 강했다. 마타요시 문학에도 이러한 요소가 있지만 ‘소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주로 전개되기에, 미군기지는 위험천만한 ‘보물섬’ 그 자체이기도 했다. 소년들은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으려다 미군에게 생명을 위협을 받으며 도망치기도 하고, 미군의 온정을 받고 선물을 잔뜩 받아오기도 한다. 소년들은 오키나와전을 겪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태어났을 때부터 미군기지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미군기지와 때로는 교섭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살아간다. 마타요시의 미군기지 관련 문학은 그러한 소년/소녀, 그리고 ‘허니(양공주)’들의 투쟁기이기도 하다.
바다는 푸르고
낙하산 병사의 선물
카니발 소싸움 대회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
창가에 검은 벌레가
긴네무 집
헌병 틈입 사건
소 싸움장의 허니
철조망 구멍
터너의 귀
난민 텐트촌 기담
옮긴이 해설_ 투쟁하는 ‘원풍경’
소녀의 얇은 블라우스는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다.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냉기가 계속 멍해지는 머리를 자극해서 각성시켰다. 소녀는 매일 거울을 향해서 앉지만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다.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만 그 모습이 자신이라는 확신이 없다. 하지만 이 순간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 같다는 묘한 감각을 처음으로 느꼈다. 목 위로는 젖지 않았다. 가슴과 복부가 신경 쓰인다. - 바다는 푸르고 중에서
매우 큰 코만 아니면 오키나와 사람과 혼동될 정도로 닮은 남미 계열인 듯한 작은 체구의 남자가 소 고삐를 잡고 있는 오키나와 남성에게 마구 소리치고 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약간 저자세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소가 갑갑해 하며 머리를 흔들거나 치켜뜰 때 교묘하게 고삐를 끌어서 진정시키고 있다. 약간 멀리서 포위하듯이 서 있는 노인과 젊은이들은 주위 사람과 눈을 맞추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투덜거리며 서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면서 외국인과 고삐와 소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검은색 외제차를 바라봤다. - 카니발 소싸움 대회 중에서
조지는 존 일행의 두세 걸음 뒤에서 걸었다. 존 일행은 오키나와 사람을 죽여버리겠노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다. 택시를 노릴까, 슈퍼마켓을 노릴까 하고 말하고 있다. 강도짓을 하려는 것임을 조지는 알아챘다. 점점 더 광폭한 짓을 하지 않으면 뒤틀린 속이 진정되지 않나 보다. 아니, 부질없는 걱정이다. 존 일행은 그저 술 마실 돈과 여자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들은 길을 가다가 여자들의 스커트를 난데없이 펄럭 걷어 올린다. 여자들은 모두 팬티를 안 입고 있어 ‘수풀’이야. -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 중에서
나는 게타를 벗었다. 나머지 둘에게도 들어오라고 조선인은 권했다. 둘은 망설이다 집으로 들어서려 했다. 나는 눈짓으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둘은 문가 통로에 앉았다. 나는 유키치의 더러워진 발이나 할아버지의 외발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커다란 소파로 안내 받고 앉았다. 가구는 생각보다 적었지만 외국제 고급품이다. 조선인은 콜라와 미제 과자 그리고 호두를 권했다. 나는 목이 말랐지만 콜라를 잔에 따라서 한 모금 마시고 조금 있다가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유키치는 단숨에 다 마셨다. 조선인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묘하게 조용한 얼굴이다. - 긴네무 집 중에서
저자
마타요시 에이키 又吉榮喜, Matayoshi Eiki
1947년 오키나와 남부 우라소에에서 태어나 류큐대학 법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바다는 푸르고」로 제1회 신오키나와문학상 가작에 당선되면서 데뷔한 이후 오키나와의 현실을 그린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1976년 「카니발 소싸움 대회」로 제4회 류큐신보 단편소설상을, 1978년 「조지가 사살한 멧돼지」로 제8회 규슈예술제문학상 최우수상을, 1980년 「긴네무 집」으로 제4회 스바루 문학상을, 1996년 「돼지의 보복」으로 제114회 아쿠타가상을 받았다. 주요 출간작으로 『긴네무 집』(1981) 『낙하산 병사의 선물』(1988) 『돼지의 보복』(1996) 『인과응보는 바다에서』(2000) 『인골전시관』(2002) 『마타요시 에이키 컬렉션』(전4권, 2022) 『몽환왕국』(2023) 등이 있다.
역자
곽형덕 郭炯德, Kwak, Hyoung Duck
일본어문학 연구 및 번역자로 명지대학 일어일문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김사량과 일제 말 식민지문학』(2017)이 있고, 편역서로는 『오무라 마스오와 한국문학』(2024), 『오키나와문학 선집』(2020), 『대동아문학자대회 회의록』(2019)이 있다. 번역서로는 『배면의 지도』(김시종, 2024),『일본풍토기』(김시종, 2022), 『무지개 새』(메도루마 , 2019), 『돼지의 보복』(마타요시 에이키, 2019), 『지평선』(김시종, 2018), 『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오무라 마스오, 2017),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2016), 『니이가타』(김시종, 2014), 『김사량, 작품과 연구』 1~5(2008~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