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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항쟁과 탈식민화의 문학
저자 김재용, 김동윤 역자/편자
발행일 2024-04-03
ISBN 979-11-5905-876-9
쪽수 374
판형 140*210 무선
가격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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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담론의 새로운 장을 열다

 

제주4·3사건 제76주년, 2024년 현재 4·3사건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떠한 성격 규정도, 역사적 평가도 없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으로 정의되는 ‘제주4·3’의 정명(正名)에 첫 걸음을 내딛다.

국가의 억압 속에서 4·3을 연구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4·3을 항쟁으로 보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6월항쟁 이후 4·3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의 사과가 이루어지면서 국가폭력 문제가 전경화되자 항쟁으로서의 4·3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이행기 정의의 한 양상으로 존중되어 마땅하지만, 거기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4·3을 더 이상 수난과 희생에만 가두어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항쟁의 측면에 집중하여 담론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4·3을 항쟁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작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냉전 반공주의 고착 이후 4·3항쟁의 주체를 남로당이라고 보는 견해가 주류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들은 해방 직후 당시의 자료를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는 일을 시작으로, 미국과 소련이라는 제국을 염두에 두면서 남북 좌우의 모든 방면을 고찰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제주신보』 이외에 새로 발굴된 다양한 자료와 4·3항쟁을 재현한 작품을 다시 고찰하면서 항쟁의 주체들이 내세웠던 단선 반대의 음직임이 남북협상을 통한 통일 독립운동의 큰 흐름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바로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세력을 반대하고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려고 하였던 노력이었다. 더불어 그동안 항쟁의 주체로 널리 받아들여졌던 남로당은 그 저항의 흐름에 편승한 일부 세력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그러한 관점은 5·10단독선거 이후 상층부에서 자리잡기 시작하여 10월부터 전개된 제주도 초토화 작전 이후 굳어진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통일 독립운동으로서의 4·3항쟁은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맥락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1870년대 이후 전 지구가 제국주의 억압으로부터 심한 고통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저항이 강했던 지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새로 등장한 미국과 소련이라는 제국 국가들의 탐욕 아래, 가장 선도적으로 통일 독립국가의 열망을 갖고 저항에 나섰던 곳이 바로 제주도였다. 그런 점에서 4·3항쟁은 탈식민화운동의 최전선에 선 세계사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등등 여러 지역과 나라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시론적 성격의 글을 발표하였던 것 또한 4·3항쟁의 세계사적 의의를 밝히는 문학 연구 작업의 일환이다. 필자들이 접한 많은 국내외의 문학 작품들은 수난에서 항쟁으로 4·3 인식의 전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회고들과 함께, 많은 상상력을 제공하였다. 항쟁의 시각을 견지한 김석범, 김시종, 현기영의 문학이 주된 연구 대상이었음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밀항자들을 정치적 난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도 동일한 차원의 작업이었음은 물론이다. 

서문_ 항쟁의 상상력

 

제1부  4·3항쟁은 남북협상의 통일 독립운동이다

 

제1장 남북협상의 단선 반대운동과 4·3 인식의 전환-항쟁 주체 규명을 위한 시론

제2장 4·3의 통일 독립과 비남로당계 항쟁 주체

제3장 남북협상파 문인으로서의 김기림

제4장 세계문학으로서의 재일조선인 문학-김석범과 김시종

제5장 폭력과 권력 그리고 민중-4·3문학, 그 안팎의 저항적 목소리

 

제2부 김동윤 4·3문학과 동아시아의 탈식민화

 

제1장 역동하는 섬의 상상력-오키나와·타이완·제주 소설에 나타난 폭력과 반(反)폭력의 양상

제2장 정치적 난민의 실천과 월경(越境)의 상상력-김시종 문학의 분투

제3장 김석범 한글소설의 양상과 의의-단편 3편과 미완의 『화산도』

제4장 재일 4·3 난민의 좌절과 재생-김석범 장편소설 『바다 밑에서』

제5장 환대 공동체에서 제외된 장소상실의 존재-제주소설의 4·3 난민 형상화 방식

제6장 자주적 평화공동체로 가는 제주섬의 혁명과 사랑-현기영 장편 『제주도우다』

이제 우리가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은 단선 반대를 위해 수많은 제주도민이 일어선 배경에 대한 연구이다. 그 많은 제주도민들이 항쟁에 나섰을 때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가 하는 점을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상 규명의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때만이 죽은 자들의 명예 회복은 한층 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작업을 위한 아주 작은 시론試論이다.

제1부 제1장 「남북협상의 단선 반대운동과 43인식의 전환」 중에서

 

 

당시 항쟁에 참여한 제주도민들은 단순히 남로당의 선전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 해방 후 제주도의 현실,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맞서는 한반도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통일된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진정한 독립을 쟁취하고자 여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들의 지향과 소망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중의 하나이다.

제1부 제2장 「43의 통일 독립과 비남로당계 항쟁 주체」 중에서

 

 

“오름에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은 산이 진달래로 물드는 어느 날이다.” 이는 봉기가 임박한 1948년 3월 말 상황에서의 조직 통지문의 내용이었다. 바로 진달래가 제주의 산천에 물들 때인 4월 3일 새벽 한라산 자락의 여러 오름에 봉화가 오르면서 봉기가 시작되었다. 그 혁명이 끝내 성공하지 못했으니 진달래는 검게 피어나는 것이고, 무자년(1948) 이후 진달래 피어나는 봄은 장례의 계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슬퍼하며 좌절하고만 있지는 않다. 태양빛을 받아 그 꽃은 본래의 붉은색을 되찾게 될 것인바, 그것은 분노의 불꽃으로 되살아남으로써 혁명의 뜻을 새로이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제2부 제2장 「정치적 난민의 실천과 월경의 상상력」 중에서

김재용 金在湧, Kim Jae-yong

1960년 통영 출생.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 대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문학포럼 대표, 『지구적 세계문학』 발행인 및 편집인. 저서로 『분단구조와 북한문학』, 『협력과 저항』, 『풍화와 기억』, 『세계문학으로서의 아시아문학』 등이 있다.


김동윤 金東潤, Kim Dong-yun

1964년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 제주4·3연구소 이사, (전)제주대학교 인문대학장·탐라문화연구원장. 저서로 『4·3의 진실과 문학』, 『기억의 현장과 재현의 언어』, 『작은 섬, 큰 문학』,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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